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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 이야기28 오랫동안 카르타고 세력권이라고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그리젠토의 함락으로, 로마는 이제 되돌아설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가버렸다. 1차 포에니 전쟁은 시칠리아를 전쟁터로 하여 전개 되었다. 이듬해인 기원전 261년, 로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집정관과 4개 군단을 시칠리아로 파견했다. 이해의 로마군은 아그리젠토 공략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계속 진군하여, 카르타고 세력하의 시칠리아 도시들을 차례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전과는 시칠리아의 내륙지방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해안지방의 도시에는카르타고 본국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어서, 육지 쪽에서 공격하여 함락시켜도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카르타고 본국에서의 보급로를 차단하지 않는 한 시칠리아를 제패..
잡식 이야기25 그리스 북부에 있는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는 한니발보다 60년 전에 이탈리아를 침공하여, 로마군과 정면 대결을 벌였다. 한니발이 당대의 가장 뛰어난 무장으로 꼽은 세 사람 가운데 로마군과 전쟁터에서 대결하지 않은 것은 알렉산드로 대왕 한 사람 뿐이었다. 기원전 390년의 '켈트족 충격' 에서 겨우 일어선 로마가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세력을 확립한 시기와 마케도니아의 풍운아 알렉산드로스가 동방에서 풍운을 일으킨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 로마와 거의 같은 시기에 건국되었지만, 이탈리아 남부의 그리스 식민도시는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다. 건국 초기부터 이들의 함은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번영은 사람들의 정신을 복잡하게 만든다. 로마인한테는 훌륭히 통했던 피로스의 기사도 정신도..
잡식 이야기24 귀족, 즉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귀족은 클리엔테스를 보호하고, 클리엔테스는 귀족의 보호를 받는다고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귀족의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클리엔테스들이 공동으로 귀족을 도왔다. 반대로 클리엔테스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위기에 빠지면 귀족이 도왔다. 훨씬 뒤의 일화이지만,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와 품페이우스의 대결이 막판에 이르렀을 무렵의 일이다. 카이사르가 가장 신뢰하고 있던 보좌관인 라비엔누스가 품페이우스 편에 붙기 위해 카이사르 곁을 떠났다. 8년 동안이나 계속된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던 라비엔누스는 카이사르가 무장으로서 얼마나 비범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가를 가까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카이사르와 품페이..
잡식 이야기23 로마군은 산과 산 사이로 뻗어 있는 샛길을 따라 곧장 서쪽으로 행군했다. 카우디움이라고 불리는 협곡에 이르러, 더 한층 좁아진 입구를 통과하여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 로마군 전위대가 다시 좁은 통로를 지나 골짜기를 막 빠져나가려 했을 때였다. 나무를 쓰러뜨려 만든 바리케이드가 그들의 눈앞을 가로 막았다. 깜짝 놀란 로마군 병사들은 골짜기를 되돌아와 입구로 빠져나라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 길도 어느새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도 삼니움족 병사들은 공격해 오지 않았다. 백병전이 벌어졌을 때 로마군 병사들이 얼마나 용맹한지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집정관의 부관이 삼니움족에 파견되어 화평을 제의했다. 삼니움족도 화평 제의를 받아 들였다. 그들이 내세운 조건은 로마군..
잡식 이야기21 기원전 753년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가 100명의 장로를 소집한 것이 로마 원로의 시작이었다. 이 100명이 이끄는 가족이 로마 최초의 귀족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귀족이 500년 뒤에는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일가가 멸족되거나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서 대가 끊겨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500년 동안 원로원 의원 수는 300명으로 늘어났으니까, 로마정 로마의 심장부를 형성하고 있는 원로원의 엘리트 가운데 로마 건국 이래의 명문 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귀족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그동안 로마가 치러야 했던 끊임없는 전투가 지도자 계급에 속하는 이들에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로마의 지배계급..
잡식 이야기20 전국시대 秦나라 무왕의 관자놀이에 종양이 생겼다. 그는 명의 편작을 불러 진료를 맡겼다. 편작의 진단은 단호했다. "종양을 잘라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말에 무왕은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잠시 후 곁에 있던 심복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비위를 맞췄다. "종양을 제거한다고 병이 완쾌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후 유증 때문에 귀가 안 들리거나 눈이 멀면 어쩌시렵니까? 당장 종양을 제거하기 보다는 잠시 경과를 지켜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편작이 수술을 하러 왔을 때, 무왕은 심복의 이야기를 전했다. 편작은 엄하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지금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하시고 의술도 모르는 문외한의 헛소리 때문에 망설이고 계십니다. 이러시다가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 입니다.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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